굴러가는 감자는 웃긴데 왜 사람이 구르면 구급차를 부를까?
감자가 언덕에서 데구르르 굴러간다. 웃기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웃기다. 근데 그 옆에서 사람이 똑같이 데구르르 굴러간다고 쳐보자. 웃김 버튼이 갑자기 고장 난다. 대신 몸이 먼저 뛰쳐나간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물리학은 이 둘을 전혀 구별 안 한다. 중력은 “어, 이건 감자니까 살살 굴려줄게” 이런 거 없다. 경사도, 마찰력도 상대가 누구든 관심 없다. F=ma 앞에서 감자랑 사람은 완전히 동급이다....
자가 언덕에서 데구르르 굴러간다.
웃기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웃기다.
근데 그 옆에서 사람이 똑같이 데구르르 굴러간다고 쳐보자.
웃김 버튼이 갑자기 고장 난다. 대신 몸이 먼저 뛰쳐나간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물리학은 이 둘을 전혀 구별 안 한다. 중력은 “어, 이건 감자니까 살살 굴려줄게” 이런 거 없다. 경사도, 마찰력도 상대가 누구든 관심 없다.
F=ma 앞에서 감자랑 사람은 완전히 동급이다.
그런데 왜 하나는 콩트가 되고 하나는 응급상황이 될까.
웃기려면 이상하면서도 괜찮아야 한다
심리학 쪽에 답을 갖다 대는 이론이 있다. 양성 위반 이론(Benign Violation Theory)이다.
말은 거창한데 내용은 단순하다. 웃기려면 두 가지가 동시에 필요하다.
① 뭔가 정상 궤도를 벗어나야 한다 — 위반.
② 그런데 동시에 그 상황을 ‘괜찮다’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 안전.
이 둘이 만나야 웃음이 튀어나온다.
하나만 있으면 안 된다.
위반만 있고 안전이 없으면 — 그냥 사고다.
안전만 있고 위반이 없으면 — 그냥 평범한 화요일이다.
감자는 이 조합을 거의 완벽하게 맞춘다.
도마 위에 가만히 있어야 할 놈이 갑자기 탈주한다.
위반, 오케이.
그런데 감자에게는 아파할 신경계가 없다. 데구르르 굴러가는 감자를 보고 “괜찮아? 어디 다쳤어?” 하며 달려갈 이유도 없다.
안전, 오케이.
위반 + 안전 = 웃을 수 있는 상황.
사람이 구르면 이 조합이 한쪽으로 와르르 무너진다.
위반은 똑같이 있는데, 안전 쪽 증거가 없다.
사람은 아플 수 있다. 다쳤을 수도 있다.
그 순간 뇌는 “저건 코미디인가?”를 따지는 대신 “구급차 불러야 하나?”로 갈아탄다.
우리는 웃기 전에 뭔가를 먼저 재는 걸까?
여기서 좀 이상한 부분이 나온다.
우리는 웃기 전에, 뭔가를 먼저 재고 있는 건 아닐까.
감자를 보는 그 찰나, 우리는 이미 한 가지를 알고 있다.
“저건 괜찮다.”
그리고 나서 웃는다.
그렇다면 웃음은 단순히 우스운 것을 발견한 뒤 튀어나오는 반응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전에 아주 빠른 질문 하나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이거, 웃어도 되는 상황인가?”
웃음은 생각보다 오래됐을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는 생각보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침팬지를 비롯한 유인원들은 놀이와 간지럼 같은 상황에서 인간의 웃음과 닮은 발성을 낸다. 연구에서는 이런 유인원의 놀이 발성과 인간 웃음 사이의 진화적 연속성이 제시되어 왔다.
그런데 놀이라는 게 묘하다.
쫓고, 밀고, 잡고, 때로는 물기도 한다.
밖에서 보면 싸움과 꽤 비슷하다.
그래서 놀이를 하는 동물에게는 상대에게 이런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야, 이거 진짜 싸움 아니야. 노는 거야.”
웃음의 진화적 기원을 놀이와 사회적 신호에서 찾는 설명들이 나오는 이유다.
정확히 웃음이 하나의 이유 때문에 진화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쩌면 웃음의 아주 오래된 역할 중 하나는 이런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쫄지 마. 괜찮아.”
그리고 감자는 그냥 굴렀다
그리고 수많은 세월이 지난 어느 날.
감자 하나가 언덕에서 굴러간다.
감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농담을 한 것도 아니다.
우리를 웃기려고 한 것도 아니다.
그냥 중력을 따라 데구르르 굴렀다.
그런데 인간은 그 장면을 보고 웃는다.
감자는 모른다.
자기가 지금 인류의 오래된 안전 판별 시스템의 임상시험 대상이 됐다는 걸.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짜 질문 하나.
우리, 감자가 웃겨서 웃은 거 맞나?
아니면 — 아무도 안 다쳤다는 사실에 안도해서 웃은 거 아닐까?
🥔 미안하다 감자야. 넌 그냥 굴렀을 뿐인데 인류 진화심리학 실험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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