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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요원 ZETA-7의 지구 생존 관찰기 03

눌러도 안 눌러도 똑같은 버튼을 인류는 왜 누르는가 Day 15 — Field Observation 오늘은 “작동하지 않는 버튼”을 추적했다. 현재 본 요원이 함께 생활하며 관찰 중인 지구 생명체는 네 개체다. Human A — 이 집에서 가장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이유를 생각하는 인간. Human B — 기계가 말을 듣지 않으면 일단 때려보는 인간. Human C — 모든...

@oidonearthsurface.com
Sep 18, 20263 min read

눌러도 안 눌러도 똑같은 버튼을 인류는 왜 누르는가

Day 15 — Field Observation

오늘은 “작동하지 않는 버튼”을 추적했다.

현재 본 요원이 함께 생활하며 관찰 중인 지구 생명체는 네 개체다.

Human A — 이 집에서 가장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이유를 생각하는 인간.
Human B — 기계가 말을 듣지 않으면 일단 때려보는 인간.
Human C — 모든 행동에 나름의 논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인간.
Specimen D — 개. 인간보다 훨씬 적게 행동하지만 대체로 더 정확하다.

그리고 본 요원 ZETA-7.

현재까지는 관찰자다.

아마도.

오늘의 관찰 대상은 인간의 손가락이다.

인간은 버튼을 좋아한다.

버튼을 누르면 무언가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버튼도 좋아한다는 것이다.

🛗 08:12 — 엘리베이터

Human A가 탑승했다.

그리고 즉시 “닫힘” 버튼을 연타했다.

한 번.
두 번.
다섯 번.

문은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닫혔다.

조사 결과,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은 건물과 운행 설정에 따라 인간이 기대하는 방식으로 즉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Human A는 문이 닫히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치 자신이 해낸 것처럼.

본 요원은 시험 삼아 다음 층에서 아무 버튼도 누르지 않았다.

문은 닫혔다.

Human A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

🚦 09:30 — 횡단보도

Human C가 보행자 버튼을 눌렀다.

3초 뒤 다시 눌렀다.
5초 뒤 한 번 더 눌렀다.

버튼은 이미 첫 번째 입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Human C는 계속 눌렀다.

신호가 바뀌었다.

Human C가 만족스럽게 길을 건넜다.

본 요원은 인간이 버튼을 여러 번 누르면 요청의 긴급성이 시스템에 전달된다고 믿는 것인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그런 기능은 발견하지 못했다.

관찰 1

인간에게 버튼의 기능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개입했다”는 감각일 가능성이 있다.

버튼이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는 부차적인 문제로 보인다.

📺 20:00 — 리모컨

Human B가 TV 리모컨을 눌렀다.

반응 없음.

다시 눌렀다.

반응 없음.

Human B는 갑자기 리모컨을 손바닥에 두 번 내려쳤다.

그리고 다시 눌렀다.

TV가 켜졌다.

Human B는 아무렇지도 않게 시청을 시작했다.

본 요원은 약 4분 동안 리모컨을 바라보았다.

원인은 배터리가 아니라 타격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인과관계 재설계 필요.

🔥 12:40 — 전자레인지

Human A가 조리를 끝냈다.

전자레인지는 이미 멈춰 있었다.

그런데 Human A는 문을 열기 전에 “취소” 버튼을 세 번 눌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Human A는 그제야 문을 열었다.

다음 날에도 같은 행동을 했다.

본 요원이 묻자 Human A가 말했다.

“그냥 그래야 될 것 같아서.”

매우 중요한 인간 문장으로 판단되어 본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했다.

분류:
근거 없음 / 확신 있음

💻 15:20 — 새로고침

Human C가 웹페이지 로딩이 느리다며 새로고침 버튼을 눌렀다.

다시 눌렀다.
또 눌렀다.

페이지는 처음부터 다시 로딩되기 시작했다.

Human C는 다시 눌렀다.

본 요원이 물었다.

“그 행동이 상황을 개선합니까?”

Human C가 말했다.

“아니. 그래도 누르면 뭔가 되는 느낌이잖아.”

본 요원은 딸기를 바라보았다.

딸기는 반응하지 않았다.

관찰 2

인간은 기다림을 견디지 못할 때,
실제 효과와 무관한 행동을 추가하여
“기다리고 있음”을 “뭔가 하고 있음”으로 바꾸는 경향이 있다.

🐾 하루 종일 — Specimen D

Specimen D. 개.

유일하게 버튼을 누르지 않는 개체.

문 앞에 앉는다.
기다린다.
문이 열린다.
들어간다.

끝.

세 인간은 그 옆에서 버튼을 연타한다.

Specimen D는 가끔 인간들을 바라본다.

그 표정의 의미는 아직 해독하지 못했다.

그러나 약간의 경멸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집의 유일한 현자로 재확인.

오늘의 특이사항

21:47.

본 요원의 통신기기 신호가 약해졌다.

본 요원은 즉시 전원 버튼을 눌렀다.

한 번.
두 번.
세 번.

신호 강도에는 변화가 없었다.

약 2초 후, 본 요원은 자신의 행동을 인지했다.

즉시 본부에 보고했다.

본부의 답변은 짧았다.

“요원, 그거 지구인들이 하는 행동입니다.”

본 요원은 11분 동안 답신하지 않았다.

작업 가설:
인간에게 버튼은 항상 기능만을 위한 장치가 아닐 수 있다. 때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더라도, “나는 무언가를 시도했다”는 감각을 제공한다. 인간은 통제할 수 없는 기다림보다 효과가 불확실한 행동을 더 편안하게 느끼는 것으로 추정된다.

권고:
본 요원에게서 효과 없는 버튼을 반복해서 누르는 행동이 최초로 관찰됨. 지구 체류에 따른 행동 동화 가능성을 검토할 것.

다만 한 가지는 기록해둘 필요가 있다.

누르고 나니 조금 나았다.

— ZETA-7, End of Third Repo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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