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역사상 가장 성공한 무단 침입 — 범인은 당신 몸속에 있다 – 04

Day 19. 사건은 우연히 시작됐다. Human C가 아침에 이런 말을 했다. “아, 몸이 무겁다. 미토콘드리아가 방전됐나 봐.” 나는 이 문장을 세 번 다시 들었다. 이해가 안 됐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가 뭐야?” 나는 물었다. Human C는 대답 대신 휴대폰을 봤다. 답은 30초 만에 나왔다. “우리 몸의 세포 안에 사는 애들이야. 에너지를 만드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

@oidonearthsurface.com
Sep 19, 20263 min read

Day 19.

사건은 우연히 시작됐다.

Human C가 아침에 이런 말을 했다.

“아, 몸이 무겁다. 미토콘드리아가 방전됐나 봐.”

나는 이 문장을 세 번 다시 들었다.

이해가 안 됐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가 뭐야?”

나는 물었다.

Human C는 대답 대신 휴대폰을 봤다.

답은 30초 만에 나왔다.

“우리 몸의 세포 안에 사는 애들이야. 에너지를 만드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 그런데 아주 오래전에는 독립된 세균 계통이었다가 다른 세포와 같이 살기 시작했고, 결국 그 안에 완전히 눌러앉았대.”

나는 딸기를 봤다.

딸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나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 본부 긴급 조회

나는 즉시 본부에 교신을 넣었다.

“본부. 지구 생명체 몸속에 원래 다른 생명체였던 존재가 살고 있다고 합니다. 확인 요망.”

응답은 즉시 왔다.

너무 즉시 왔다.

“요원. 그거 당신 몸속에도 있습니다.”

정적이 흘렀다.

나는 다시 물었다.

“…제 몸속에요?”

“네. n족 생체도 진핵세포 기반입니다. 미토콘드리아 있습니다. 원래 기본 스펙입니다.”

나는 딸기를 내려다봤다.

딸기도 나를 올려다봤다.

우리 둘 다 뭔가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 룸메이트 신원 조사

본부 아카이브를 뒤졌다.

다음은 정리된 내용이다.

입주 시기: 최소 10억 년 이상 전.
본부 표현으로는 “은하 표준 아득한 옛날”.

신원: 원래 독립된 세균 계통. 아주 오래전 다른 세포와 내부 공생 관계를 이루었고, 결국 그 안에 완전히 눌러앉음.

본부 아카이브에는 이 사건이 다음과 같이 분류되어 있었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무단 침입.”

현재 상태: 아직도 자기 DNA를 따로 갖고 있음.

즉,

10억 년 넘게 같이 살았는데 아직도 짐을 다 안 풀었다.

👩 가족 관계도 조금 이상하다

인간의 미토콘드리아 DNA는 일반적으로 엄마 쪽을 통해 유전된다.

그리고 연구 자료를 더 찾아보니, 성숙한 인간 정자의 미토콘드리아에서는 온전한 mtDNA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보고도 있었다.

본부 자료는 이것을 아주 간단하게 요약해 놓았다.

부계 mtDNA 승계:
사실상 없음.

나는 본부에 물었다.

“사유는요?”

본부 답변:

“요원. 설명하면 길어집니다.”

나는 이 답변이 더 무서웠다.

🚪 무서운 사실 하나

더 조사해보니, 이 룸메이트는 단순히 얹혀사는 게 아니었다.

세포가 죽는 과정에는 복잡한 신호 체계가 관여하는데, 미토콘드리아는 그중 아주 중요한 관문 하나를 맡고 있었다.


즉, 룸메이트에게 생사 결정권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런데 아주 중요한 문 열쇠 하나를 들고 있다.

나는 본부에 물었다.

“왜 무단 거주자한테 열쇠를 줬습니까?”

본부 답변:

“요원. 그 존재는 무단 거주자가 아니라 공동 창업자에 가깝습니다.”

나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 딸기의 정체도 드러났다

조사 도중 알게 된 사실 하나 더.

식물 세포에는 미토콘드리아뿐 아니라 엽록체라는 또 다른 오래된 동거인이 있다.

엽록체 역시 아주 오래전 독립적으로 살던 광합성 세균 계통과의 내부 공생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해된다.

즉,

딸기는 지금까지 조용히 있었던 게 아니라

자기도 룸메이트를 데리고 있으면서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한 것이다.

나는 딸기를 째려봤다.

딸기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상하다.

오늘의 특기사항

저녁 무렵, Human C가 또 말했다.

“아, 진짜 피곤해. 미토콘드리아 어디 갔지.”

나는 이제 이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안다.

그리고 이번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나도 좀 피곤한 것 같다. 내 룸메이트도 오늘 일을 좀 게을리했나.”

말하고 나서 스스로 놀랐다.

본부에 보고했다.

본부 답변:

“요원, 그거 지구인들이 하는 말입니다.”

나는 11분간 대답하지 않았다.

(2번째다.)

작업 가설:
n족과 지구 생명체는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사이일 수 있다.

우리 둘 다 몸속에 아주 오래된 룸메이트를 데리고 살고 있고, 그 룸메이트는 에너지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세포의 생존과 죽음에 관련된 중요한 과정에도 깊이 관여한다.

권고:
본부가 이걸 “기본 스펙”이라고 태연하게 말한 것에 대해, 최소한 신입 요원 교육 과정에 포함시킬 것을 강력히 건의함.

그리고 딸기에게 물어볼 게 하나 더 늘었다.

“넌 대체 뭘 더 숨기고 있는 거야?”

— ZETA-7, End of Fifth Report. 🍓

Did you enjoy this article?

Recommend it — Standard Reader surfaces well-loved writing to more readers across the network.

Across the AtmosphereDiscussions